포스팅을 마무리할 때 즈음 주소를 적기 위해 '애월 7일'을 검색하니 요가원으로 바뀌었다. 카페가 잘 안 되었을 리는 없다 생각되고 단지 사장님께서 원하는 방향이 있어서 바꾼 게 아닐까 싶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던 공간으로써 요가원으로 바뀐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다. 이 포스팅은 정보 제공보다는 오롯이 나만의 추억하는 공간으로써의 기록이 되겠다.
이제는 카페가 아니고 펜션 및 요가원이지만 기본 정보는 아래와 같다.
위치 : 제주 제주시 애월읍 납읍로4길 7 1층
연락처 : 0507-1353-0242
23년 1월 7일에 다녀왔지만 이제야 포스팅을 작성한다. 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어 소재거리를 찾고자 핸드폰 앨범을 뒤적이다 보니 '애월 7일'에서의 사진이 많이 남아 있었다. 사진이 많이 남아있었다는 것은 그 찍힌 장 수만큼 방문했을 당시의 내게 인상이 깊었다는 것을 증거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시간이 꽤나 지났음에도 이곳에서의 그때의 시간은 아름다운 시간으로 기억한다. 공간과 음식은 예뻤고 입은 즐거웠으며 귀는 편안해서 오롯이 상대와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결국 나와 아내는 브런치를 먹으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하다 사람들이 많이 올 시간 즈음에나 미안해서 자리를 일어난 기억도 난다.
주차 공간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근처 길에 어느 정도 주차는 어렵지 않게 가능하겠다는 느낌이었다. 10시 정도에 브런치를 먹으러 간 시간이 이른 시간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애월이 보통 이런 건지 내가 다닌 곳들만 한정해서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애월은 대부분 한적한 느낌이었다. 물론 관광 스팟들은 예외로 하자.
적당한 근처에 주차하고 조금 걸어 가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동남아에 있을 것 같은 몇 개의 나무들과 오래된 창고를 감성 있게 리모델링한 것 같은 가게 외부 인테리어의 조화에서 제주도 냄새가 물씬 난다. 후 하면 입김 나오는 계절의 온도라 가게 앞 큰 나무의 잎들은 낙엽이 되어 바닥에 쌓여있고, 마당에 놓여있는 비치 의자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아 쓸쓸한 겨울의 맛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여름에는 지금과는 다른 맛으로 예쁘겠다 싶다.
내부로 들어가면 빈티지한 느낌이 한 가득이다. 이런 가구나 소품들은 자칫하면 산만해 보일 수 있는 데, 구성과 위치를 조화롭게 잘 맞춘 것 같다. 위 사진은 주방 쪽을 확대 샷 해서 찍은 사진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전혀 그런 느낌이 안 든다. 이곳에서는 디테일하게 사진을 많이 찍고 싶은 스팟들이 많아서 전체보다는 부분 부분 사진을 찍어 간직했던 것 같다.
사진을 보면 중간 중간에 식물을 잘 활용해서 빈티지한 느낌에 생기를 넣어서 조화롭다. 사장님께서 직접 구상해서 디자인했다면 정말 감각이 있으신 분이다. 단순히 내가 좋아서 이렇게 꾸몄어요라기보다는 하나하나가 고객들이 자리 앉았을 때 어떤 느낌으로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의도된 디자인 같아서 이런 디테일한 부분은 인상 깊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직접 인테리어를 한 곳들은 대게 음식도 보는 맛이 있고 맛도 보통 이상은 한다. 이런 감각은 예민해야 하기도 하고 그런 예민함은 다른 말로는 섬세함이니 음식에도 성향은 반영될 테니까 말이다.
커피가 먼저 나왔는데 컵의 색감과 테이블의 빈티지한 우드톤이 너무 잘어울렸다. 주문 음식들의 메뉴 이름이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버섯수프와 아보카도 그리고 치즈가 곁들여진 스크램블 에그와 베이컨 소시지 등의 브런치가 나왔다. 일단 색감부터 사진 찍고 싶게 생겼다. 초록, 빨강, 노랑, 파랑 색의 조화를 보면 졸린 눈이 크게 떠진다. 당시에 이런 색감과 플레이팅만으로도 예뻐서 아내랑 10분은 얘기했던 것 같다.
음식도 맛있었고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베이컨이나 빵, 포테이토, 스프 등 이런 것은 특별히 맛있다고 느끼기는 어렵다. 수프 정도나 요리라고 할 수 있고 나머지들은 요리라기보다는 평균화된 맛의 음식들 아닐까? 베이컨이나 소시지나 빵을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구성도 보통 한번쯤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구성으로 특별할 것도 없지만 한 가득 있는 느낌이라 만족스러웠다. 구성 중에서 그나마 버섯을 이용해 요리한 부분은 조금 색다르긴 하다.
다른 주문은 연어에 치즈가 들어간 베이글 샌드위치 였는데 이것도 보통 아는 맛으로 특별할 것은 없고 맛있었다. 음식 한 개를 주문하면 부족했으려나 싶기도 한데, 두 개 주문하면 충분하다. 맛있어서 다 먹었지 양으로 치면 조금은 남을 수도 있긴 했다. 위 글에서 맛 표현이 그냥 그런 것처럼 느껴질까 걱정돼서 다시 말하는데 맛있었다. 단지 특별하기가 어려운 음식이다 보니 건조한 느낌으로 작성된 느낌이 있다.
정리하면 음식은 맛있고 구성도 좋고 양도 괜찮으며 보는 맛도 있고 공간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제주도의 한적한 느낌에 딱 어울려서 쉬는 느낌으로 여행 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브런치 카페였다. 모든 부분에서 평균 이상은 하고 있고 특히나 디자인적으로 유니크한 가게였다. 나는 이런 예민한 사장님의 손길이 느껴지는 가게를 특히나 좋아한다. 그것이 맛이든 분위기든 가격이든 뭐든. 이곳의 인테리어와 음식 플레이팅 등 디자인에서는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뭔가 나만 알고 싶은 가게랄까. 카페가 커피 맛만 보러간다는 것은 이제 아닐테니까.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이제는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가게가 되어버렸다는 게 아쉽다. 혹시 나중에 재오픈하게 된다면 재방문 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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